최근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신성장동력으로 풍력발전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해양풍력발전의 경우 우수한 조선·해양 건설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에 우리 기업들의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더구나 풍력발전사업은 거대 구조물을 조립할 수 있는 설비와 기술을 갖춘 조선업계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여서 시장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조선기업들인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STX,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그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해상풍력’ 덴마크의 유력 컨설팅 업체인 BTM컨설트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120GW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이중 해상풍력은 약 1.2%인 1423MW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된다. 해상풍력의 경우 주로 유럽 지역에서 설치되고 있는 가운데 최다 설치국은 영국이다. 영국의 경우 588MW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했으며, 그 뒤를 이어 덴마크(397MW), 네덜란드(246MW), 스웨덴(133MW) 순이다. 하지만 매년 새로운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건설되고 있어 앞으로 순위의 변화가 예상된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의 설치계획을 보더라도 대부분은 유럽지역이며, 미국과 중국 등이 대규모 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해상풍력은 현재 주로 수심 15m이내인 연안에 3MW이하의 풍력기가 설치되고 있지만, 앞으로 5MW급 이상 대용량 풍력기 위주로 육지에서 먼 곳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또 바다위에 떠 있는 부유식 행상풍력기도 곧 등장할 전망이다. |
 윤병수 상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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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우리나라 조선 산업의 대표적인 기업 중 풍력발전 분야에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전북 군산 군장국가산업단지 내에 13만2000㎡(4만평)의 풍력발전기 공장을 지난 9월 준공하고, 앞으로 이 공장에서 1.65MW급 풍력발전기를 연간 600MW가량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의 풍력에 대한 관심은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됐다. 그룹 내 신제품개발실에서 기술과 사업성 검토를 시작했으며, 2008년 6월 드디어 전기전자사업본부 내에 풍력 관련 조직이 구성되면서 사업추진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2008년 말부터 불어 닥친 금융위기로 한 때 투자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1057억원(약 9000만 달러)을 들여 2009년 2월 군산에 국내 최대의 풍력발전기 공장 착공식을 갖고, 그해 9월 준공했다. 군산공장 공장장을 맡고 있는 윤병수 상무는 “당시 군산에 조선소 공장과 충북 음성에 태양모듈 공장 증축, 군산 풍력발전기 공장 등 3개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던 터라 공장 신축을 연기할까도 검토했었다”며 “이때가 아니면 더 이상 풍력사업에 뛰어들기 어렵다고 판단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회고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오스트리아의 윈텍(Windtec)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풍력발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파워 컨버터, 피치(pitch), 요(yaw), 컨버터 등 핵심 전기부품은 모두 윈텍의 기술을 전수받았고, 발전기와 엔진, 기타 전기제품은 현대중공업에서 자체 생산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윤병수 상무는 “풍력발전기는 일정치 않은 바람을 이용하는 복잡한 제품인 만큼 블레이드 설계와 컨트롤 기술은 외국 기술을 도입했지만, 발전기 등 넛셀에 들어가는 40%에 달하는 부품은 자체 조달하고 있다”며 “중전기 종합메이커라는 점에서 다른 조선회사와 차별화 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부터 1.65MW급 풍력발전기의 대량생산에 돌입했고, 올해부터는 2MW급 풍력발전기의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 조만간 2.5MW급 연근해용 해상풍력발전기도 제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9월 풍력발전공장 완공 전에 이미 미국 밀워키에 소재한 웨이브 윈드(Wave Wind)사와 1.65MW급 풍력발전기 6기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앞으로 진행될 100MW규모의 풍력발전기 공사에 대해서도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윤 상무는 “현대중공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시장을 겨냥해 풍력사업을 시작한 것”이라며 “국내에 100기를 설치하고, 그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본격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선 지난해 11월 남부발전과 효성, 삼협건설 등과 공동으로 강원도 태백에 총 2만kW급 국내 최대 규모의 국산풍력발전단지 착공식을 가진 데 이어 12월에는 2012년까지 육상과 해상에 국산 100기를 설치한다는 목표 아래 제2호 국산풍력단지 개발을 위한 후속 특수목적법인(SPC)도 설립했다. 강원도 삼척, 정선 지역에는 육상 풍력발전단지를, 제주·부산·서남해안에는 해상 풍력단지를 각각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태백에 6기, 전북 정읍에 12기, 수출용 6기, 본사에 1기 등 24기 설치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최근에는 전라북도와 완주군 등 상당수 지자체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러나 윤 상무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현재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으로의 진출이 예상만큼 쉽지는 않은 것. 풍력발전기 자체가 워낙 거대 구조물이다 보니 타워와 블레이드 등은 현지에 공장을 지어야 하는데,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최대 2만5000시간(100기 건설할 기당 250시간)의 실증시간이 필요해 그만큼 빠른 시간 안에 많은 건설실적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 아직까지는 생산단가가 높아 중국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주요 부품을 수입이 아닌 자체 생산해야 해서 기술개발이 시급하다. 더군다나 해상풍력의 경우 최소 3.6MW급 풍력발전기여야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돼 해양플랜트와 조선기술의 장점을 살리려면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 윤 상무는 “현대중공업은 풍력산업에 늦게 뛰어든 편이지만 국내 최대 규모 공장을 준공하고, 기술력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많은 사람들이 ‘현대가 하면 다르구나’하고 말한다”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산적해 있지만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
 고권성 상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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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그룹)
이미 1999년부터 국내 풍력발전사업에 진출한 STX는 외국 제품을 설치하는 수준에 머무르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75MW이상의 누적 설치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제주한경풍력단지와 새만금 풍력발전 단지, 제주 성산 풍력발전 단지, 제주 삼달풍력발전단지 등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STX그룹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풍력발전 사업에 나서기 시작했다. STX중공업과 STX엔진을 중심으로 핵심부품 개발에 적극 나서는 한편, 8월엔 네덜란드 풍력발전기 제조사인 하라코산유럽의 지분과 관련 특허권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1979년 설립된 라거웨이(Lagerway)사를 일본의 하라코산(Harakosan)사가 2005년 인수하고, 하라코산의 유럽법인인 하라코산 유럽을 STX가 인수한 것으로, 이름도 STX윈드파워로 새롭게 바꿨다. 네덜란드와 일본의 선진 기술을 바탕으로 STX윈드파워는 지난해 10월엔 루마니아 민간발전사업자와 2MW급 풍력발전설비 6기에 대한 공급 계약을 했으며, 12월엔 풍력발전 사업에 진출한 지 6달 만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개발 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도 거뒀다. STX는 지난해 12월 폴란드 BCG, 그린에너지 등이 참여한 풍력발전단지 개발 컨소시엄과 220MW 규모의 대형 풍력발전단지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수주 금액은 3억 유로에 달하며, 우리 돈으로 약 5000억 원에 이른다. 이번 수주로 STX는 앞으로 2013년까지 2MW급과 1.5MW급 최신 풍력발전설비 140대를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체코, 불가리아 등 동유럽 지역에 차례로 설치하게 된다. STX그룹은 이번 대형 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글로벌 풍력발전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STX그룹은 앞으로 그룹 내 관련 계열사를 중심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풍력의 경우 STX엔진이 컨트롤러와 발전기를 맡고, STX엠파코가 타워와 블레이드를, STX중공업이 마케팅을 각각 담당해 분야별로 기술개발과 제품생산에 나서고 있다. STX그룹의 풍력 관련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고권성 STX엔진 상무는 “현재 선진기술을 바탕으로 2MW급 육상용 풍력발전기와 3MW, 5MW급 해상용 풍력발전기를 개발 중”이라며 “STX엔진에서 생산하는 발전기를 중심으로 기어리스 타입의 제품을 선보여 세계 시장 석권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기어리스 타입은 가격이 비싸고, 보다 큰 발전기가 사용되는 게 단점이지만, 기어드 타입에 비해 유지보수가 쉽고, 특히 해상용에 적합해 앞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세계 최대 풍력발전기 업체인 덴마크의 베스타스도 기어드 타입의 해상풍력발전기를 공급했다가 유지보수에 애를 먹어 경영상 위기를 겪기도 했다. 고 상무는 또 “STX가 선박에서 주로 사용하는 선박용 기계와 발전기, 타워 등의 기술을 이미 갖추고 있는 만큼 블레이드를 제외한 나머지 부품에 대해선 국산용 기술 개발이 머지않아 이뤄질 것”이라며 “1차 목표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상무에 따르면 STX는 150만평 규모의 중국 대련조선공장 주변이나 국내 마산 등 경남 지역에 대규모 풍력발전공장도 건설할 계획이다. 고 상무는 “앞으로 중국 시장과 함께 미국과 유럽시장도 겨냥할 계획”이라며 “국내에서 실증단지 운영을 거쳐 육상은 물론, 해상용 풍력발전기 공급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상무는 “국내에서 더 많은 풍력발전단지가 건설되기 위해선 그리드 보강이 필수적”이라며 “덴마크 등 유럽의 경우 그리드가 강해 풍력발전이 전체 발전의 10%를 넘어도 문제될 게 없지만 우리나라는 그리드가 약해 이를 보강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