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이 경기도 용인시 중동 동백지구 내 에너지 및 탄소제로 건축물을 선보였다. 400.54㎡에 달하는 그린투모로우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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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에너지 ‘0’ 건축물인 ‘그린 투모로우’. 삼성물산이 야심 차게 선보인 ‘그린 투모로우’는 미래형 시범 주택으로, 언론에도 여러 번 소개될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과연 어떤 기술들이 적용됐기에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살 수 있을까? 총 68가지의 친환경기술을 적용해 화석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이산화탄소도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그린 투모로우’를 찾아 그 비밀을 집중 해부했다.
22일 오후 2시 30분. 대한전기학회 산학협동위원이기도 한 기자는 삼성물산의 초청으로 학회 회원들과 함께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에 위치한 ‘그린 투모로우’ 현장을 찾았다. 박상규 삼성물산 부장의 안내로 전시관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우선 ‘그린 투모로우 홍보관’에서 홍보 동영상과 현장에 적용된 관련 기술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들었다. 홍보관 도우미의 설명에 따르면 ‘그린 투모로우’는 미국 그린빌딩협의회가 주관하는 친환경건축물인증제도(LEED)에서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Platinum)을 획득했다. LEED 인증은 에너지절감과 더불어 친환경적인 요소를 주로 고려해 심사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최초로 인증받았다. ‘그린 투모로우’ 건설에는 삼성물산을 도와 삼성전기, 삼성전자, 서울통신기술, 씨브이네트, 에스에너지, 진흥전기, 태원전기산업, 하이에너지, KCC, LS산전 등 59개의 참여업체가 함께 했다. 홍보관에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난 후 시범주택으로 지어진 ‘그린투모로우’에 들어섰다. 겉에서 보기에는 일반 주택과 큰 다른 점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건물 밖에 있는 차고에 다가가면서 조금씩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엔 전기자동차와 전기충전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충전시키는 전기충전설비는 충전된 에너지양과 비용, 차량 충전 상태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차고 안에는 패키지 중수처리시스템과 지열이용 냉난방시스템, 비상용 연료전지 등이 구비돼 있었다. 생활하수를 재활용할 수 있는 중수처리 시스템은 집안 오수를 재활용해 화장실과 청소 등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물 사용량을 35% 가까이 줄일 수 있다. 또 지열 이용 냉난방 시스템은 연중 온도 약 15℃를 유지하는 지하 10m 이하의 지열을 건물의 냉난방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즉, 지열로 고효율히트펌프를 움직여 이를 통해 에어컨과 바닥온수난방을 가동시킴으로써 냉난방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이다.
현관에 들어서자 큰 모니터가 한 눈에 들어왔다. 모니터에서는 IT기술을 활용해 월별 에너지사용량과 발전량 등 에너지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공간별, 부하별 사용량도 보여줘 에너지절감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린 투모로우’는 건물 효율화를 통해 에너지사용량을 기존 주택보다 56%정도 줄이고, 나머지 부분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해 연간 에너지 수지를 ‘0’또는 ‘+’로 유지하도록 했다. 주재훈 삼성물산 전기팀장에 따르면 ‘그린 투모로우’에는 건물지붕에 지붕 마감재를 대체할 수 있는 건물일체형(BIPV) 태양광발전시설이 설치돼 있어 연간 21MWh를 생산할 수 있고, 창문과 블라인드에도 각각 염료감응형과 결정질 실리콘형 태양전지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거실에 들어서면 차가운 날씨에도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가 있는데, 이는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빛과 열을 최대한 활용했기 때문이다. 집 자체가 정남향 장뱡향 구조로 설계돼 있어 천장을 통해 자연광이 실내로 최대한 유입되도록 하고, 외부로 창을 내지 못하는 공간은 광덕트를 적용해 인공조명의 사용을 최소화했다. 봄가을 정오의 맑은 하늘 기준으로 각실 바닥면적의 75%이상에서 최소 조도가 269lux에 이른다는 게 조 팀장의 설명이다. 또 두께는 기존 단열재보다 9분의 1정도로 얇으면서 단열효과가 좋은 진공단열보드를 건물의 단열재로 사용했으며, 창호를 삼중창으로 하는 한편, 창호 주변에는 여름철 일사로 데워진 공기와 겨울철 차가운 공기를 외부로 배출시키는 에어 플로우 윈도우 시스템을 도입해 냉난방에너지를 5분의 1로 절감토록 했다.
주방도 겉보기에는 별 다른 게 없어 보이지만, 다른 어느 공간보다도 편의성을 높인 게 돋보였다. 주방 요리 탁자 위에는 RFID(무선 전자 태그 기술)를 이용한 주방관리시스템과 홈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한 대기전력 차단시스템이 부착돼 있다. RFID주방관리시스템은 냉장고와 주방가구에 적용해 효율적인 식품관리와 수납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바코드 형태의 태그를 부착해 식재료의 유통기한과 조리법은 물론, 수납 물품의 위치정보까지 제공한다. 냉장고 문을 열지 않고도 식재료의 정보를 알 수 있고, 요리 도우미를 통해 요리방법과 조리시간 등을 알 수 있어 주부들에게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대기전력차단시스템은 가전제품별로 온/오프 표시가 돼 있고, 직접 코드를 뽑지 않고도 대기전력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해 대기전력 차단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싱크대에선 발로 페달을 밟아가며 물의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 물 절감을 이룰 수 있다.
욕실 역시 최첨단 시설을 고루 갖췄다. 우선 욕실 유리에 홈케어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체중과 체지방, 심박수, 체온 등을 쉽게 측정할 수 있고, 욕조 측․하부를 단열재로 보강해 전도에 의한 열손실을 줄이고, 욕실 덮개로 증발로 인한 열손실도 줄임으로써 온수 온도를 장시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이 욕조는 Good 디자인상을 수상할 정도로 디자인이 우수하며, 족욕대가 붙어 있어 발도 씻고, 손빨래도 가능하도록 했다. 또 1회 사용시 4.5리터 수량으로 기존 양변기 대비 50%의 물을 절약하는 절수형 양변기도 설치돼 있다.
침실에도 각종 에너지절감장치와 친환경적인 기술들이 대거 적용돼 있다. 우선 창문유리에 염료감응형 태양전지가 설치돼 있어 흐린 날과 직사광선이 비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바닥은 45℃이하 온수로 난방 하는 저온 난방 기술이 적용돼 있고, 주방과 마찬가지로 실내 바닥과 옷장에 RFID를 설치해 로봇, 전동 휠체어 등에게 디지털 위치 정보를 인식하고, 의류 상태와 수납관리를 가능하게 했다. 침대에도 빛과 소리, 진동을 조합해 20분 내에 숙면이 가능하도록 하고, 취침과 기상 등 상황별 설정된 조명과 음악이 나오는 침실 환경조절시스템을 접목했다. 친환경적인 요소를 강조해 폐목재를 재활용해 실내마감과 가구 재료로 사용했으며, 습도조절이 가능한 마감자재를 사용한 점도 돋보인다.
이밖에 서재에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멀티미디어 시스템과 공간별로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파일 공유시스템도 설치돼 있다. 또 가전기기를 사용할 때 기존 220V콘센트를 이용한 교류전력 대신 직류 전원을 사용하도록 해 전력변환과정에서의 에너지 손실도 없앴다. 다용도 한실에서도 일사로 데워진 발코니 내 공기를 활용한 난방에너지 저감시스템인 썬룸 공기순환 시스템과 절전조명제어시스템, 직류 LED조명기구 등을 설치해 에너지효율을 높였다.
약 1시간 남짓 소요된 ‘그린 투모로우’ 투어를 마치고 드는 생각은 “정말 상상만 하던 기술이 이제 현실화 됐구나”라는 것과 함께 “언제쯤 이러한 공간에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었다. 총 68가지 기술이 접목된 ‘그린 투모로우’는 앞으로 아파트나 주택 건설에 있어 하나의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현실에 적용되기까지에는 상당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린 투모로우’는 에너지절감보다도 친환경 요소를 더 고려하다보니 건축비가 상상 이상으로 소요됐다. 또 단층의 경우와는 달리 아파트 등의 복층건물의 경우 지붕형 태양광 발전이나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이 어려워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부분은 앞으로 고민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그린 투모로우’에 적용된 기술 중 일부는 이미 건설된 아파트에도 적용된 상태지만, 순차적으로 2013년부터 짓는 래미안아파트에 실제 적용할 계획이다. 주재훈 팀장은 “기술적인 문제의 보완과 함께 가격을 낮추는 게 무엇보다 관건”이라며 “2015년경이면 일반건물 건축비의 10% 더 비싼 정도로 시공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