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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원전쟁>이념·종교 안가리고 채굴권 획득…中 무서운 ‘자원굴

강철2 2011. 3. 7. 15:32

<글로벌 자원전쟁>이념·종교 안가리고 채굴권 획득…中 무서운 ‘자원굴기’

2011-03-07 10:23

<그 현장을 가다>아시아-중국(上)



 

외환보유고만 3조弗 육박

천연가스서 우라늄까지 확보

국영회사 앞세워 의욕적 M&A

멕시코만 정유사 지분까지 넘봐


저리차관 들고 阿 20개국 공략

막대한 양의 석유·석탄 장악


[상하이·바오터우=박영서 특파원]중국 서북부 산시(山西)성 탄광지역에선 지금도 석탄을 캐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한다. 불법 운영하는 무허가 탄광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해마다 최소한 3000명 이상의 광부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이처럼 커다란 대륙 영토 안에서 자원을 캐내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중국은 해외수입 비중을 갈수록 늘려가고 있다.

때문에 최근 세계 최대 철광석 수입국이자 세계 2위의 원유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상하이(上海) 항구 운송터미널에서 일하는 왕양(王陽·46) 씨는 중국이 거대한 자원소비국으로 변하는 과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는 사람이다. 해외에서 들어온 선박들이 엄청난 천연자원을 상하이에 하역한 후 중국에서 생산된 수출품을 싣고 다시 떠나기 때문이다. 그는 “해가 거듭될수록 항구는 더욱 분주해지고 더 많은 철광석과 원유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확장되는 자원영토
=글로벌 자원전쟁에서 가장 급부상한 나라는 ‘세계의 공장’ 중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쟁국들이 투자를 머뭇거리는 사이 중국은 자원전쟁의 불씨를 댕겼다.

자원 확보에 대한 의지와 목마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중국은 3조달러에 육박하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무기로 지구촌 자원을 무섭게 집어삼키고 있다. 중국은 주로 국영회사들을 앞세워 석유, 천연가스에서부터 철광석, 우라늄까지 다양한 분야의 자원개발권을 손에 넣고 있다.

중궈스유화궁(中國石油化工·시노펙)은 지난해 10월 스페인 석유업체 렙솔의 브라질 영업부문에 대한 지분 40%를 71억달러에 인수했다. 앞서 시노펙은 2009년 스위스 유전개발업체 아닥스를 80억달러에 매입, 이라크와 서아프리카 유전을 확보한 바 있다.

시노펙의 석유개발부문 자회사인 국제석유탐사개발유한공사(SIPC)도 지난 2월 미국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의 아르헨티나 자회사 지분 100%와 관계사를 24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중궈하이양스유(中國海洋石油總公司·CNOOC)도 아르헨티나 석유업체에 50%를 출자했고, 미국 셸에서 가스개발권 지분 33%를 확보하기도 했다.

HSBC가 최근 “2년 안에 중국이 미국 멕시코만의 거대 정유사들과 경쟁, 멕시코만 지분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로 중국의 석유 확보전은 거침이 없다.

중국은 석유, 가스뿐 아니라 철광 등 각종 광물의 해외 M&A도 늘리고 있다. 조강생산량 세계 5위업체인 우한강철은 지난해 2월 4억달러를 출자해 브라질 광산업체 MMX 지분 21.52%를 인수했다. 원전 대기업인 중국핵공업집단(CNNC) 등은 캐나다·우즈베키스탄의 우라늄개발회사와 장기 조달 계약을 맺어 국제 우라늄 가격을 올려놓았다.

중국이 석탄 순수입국으로 전환됨에 따라 해외의 석탄관련 업체 인수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중국 투자자문업체인 차이나벤처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건수는 총 128건, 금액으로는 618억3000만달러였다. 이 가운데 해외 자원관련 기업 M&A는 46건에 523억68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자원을 향한 식탐은 올해도 계속돼 세계 자원·에너지 가격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니하오 아프리카’=중국은 특히 아프리카 자원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대규모 저리 차관과 인프라 제공을 무기로 아프리카 자원을 쓸어담고 있다. ‘차이나프리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미 상당수의 아프리카 국가에 진출, 막대한 양의 석유 가스 및 광물자원을 확보했으며 나아가 일반 상권까지 장악해나가고 있다.

1995년 수단과 유전개발 협정 체결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나이지리아, 앙골라, 콩고 등 아프리카 20개국과 유전탐사 및 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막대한 외화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생산 단계의 광구는 물론이고 아직 탐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지역까지 가능성만 있으면 어디든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이에 따라 2000년 100억달러에 불과했던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역규모는 2007년 735억달러, 2008년에는 1000억달러를 넘어서 중국은 아프리카 교역에 있어 세계 1위 국가로 부상했다. 자원 수요가 급증하는 중국과 천연자원을 개발해야 하는 아프리카 국가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공세는 올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은 올해부터 3년간 아프리카에 100억달러 규모의 저리 차관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2009년까지 3년간 아프리카에 제공한 차관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중국은 이를 위해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 등 집권 수뇌부가 정기적으로 아프리카를 방문하는가 하면 중국-아프리카포럼을 통해 아프리카 각국 정상을 중국으로 불러들이는 등 외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안티 차이나’ 우려감 고조에도 불구하고…=중국의 자원사냥은 분쟁지역이나 이념 종교 등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반정부 시위를 벌이던 민간인 150여명을 학살한 아프리카 기니 정부와 70억달러 규모의 광물자원 개발 협정을 체결했다.

핵 개발과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를 받는 이란, 미얀마, 북한 등과도 긴밀한 경제협력을 통해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반미정서가 강한 정치적 틈새지역의 자원을 선점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제사회의 비난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꿈쩍도 않는다. 중국은 “정치, 인권 문제 등은 개별 국가의 내정”이라는 내정불가침 원칙을 내세우며 오히려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면서 중국은 경제사회 발전을 가속화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코트라 베이징KBC 박한진 부센터장은 “중국이란 거대한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선 8% 이상의 성장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자원이 절실하다”면서 “자원이 있어야 생존 가능한 중국에 전 지구적인 자원 확보 노력은 필연적이다”고 말했다.

pys@heraldm.com 

▶특별취재팀

성항제 선임기자(총괄), 베이징(중국)ㆍ몽골=박영서 중국 특파원, 상파울루(브라질)ㆍ페루=이충희 기자, 마푸토(모잠비크)ㆍ요하네스버그(남아공)ㆍ루안다(앙골라)=한지숙 기자, 야운데(카메룬)ㆍ아크라(가나)=최정호 기자, 이스탄불ㆍ카자흐스탄=조문술 기자, 양곤(미얀마)=김대연 기자, 두바이=윤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