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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카자흐스탄에서 들려온 낭보는 오늘날 한국 산업의 화두가 무엇인지를 뚜렷하게 보여줬다. 최근 국내 주요 상사들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까지 해외로 달려가 우리 기업들의 사업 지원에 나선 것이다.
80년대 종합상사와 에너지 공기업을 중심으로 걸음마를 시작했던 해외자원개발사업은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됐고, 최근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기업들의 투자 붐이 가속화되고 있다.
작년 말 삼성물산과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인 칠레 광구의 생산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고, 올해에도 LG상사·대우인터내셔널 등이 칠레 지역 석유광구 지분·카메룬 지역 광물탐사권을 획득하는 등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개발의 형태도 지분 투자 등에서 직접 탐사·운영 등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고, 아시아에 집중됐던 투자지역도 유럽·아프리카·남미 등지로 다변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듯한(?) 해외자원개발의 이면에는 숨겨진 실패도 상당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광물 자원 투자 사업 중 실제 자금이 집행된 117건 중 최종 성공에 이른 사업은 17개에 불과했다. 실패 확률이 성공 확률보다 6배 가까이 높다.
투자 실패로 회수하지 못한 자금도 막대하다. 지난해 해외 광물자원 투자에 투입된 돈이 26억5천만달러에 이르는데 반해 배당금을 비롯한 지분 투자 수익 등의 투자회수액은 5억5천300만달러에 그쳤다. 한 해에 2조3천억 가까운 돈이 공중으로 사라진 것이다.
물론 해외자원개발의 특성상 투자금 회수에 걸리는 시간이 길고 성공 확률도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미 30~40년 전에 자원개발을 시작한 일본과 유럽 등의 노하우를 우리가 단박에 따라잡는 것도 무리다.
그러나 해외자원개발이 고비용·고위험 사업이고, 한국 기업들이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현실은 우리 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당위를 더할 뿐, 사업 실패에 대한 변명이 돼서는 안된다.
자원계발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해외자원개발에 대해 의욕은 높지만 정보에 취약한 우리 기업들이 해외 현지 브로커나 투기꾼들의 속임수에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취약한 현지 정보와 부족한 사업 경험, 사업 추진 성과에 대한 조급증 등이 한 해 2조가 넘는 막대한 손실을 불렀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해외자원개발 투자는 161억1천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73%나 급증했다고 한다. 기업들은 투자뿐 아니라 관련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에도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은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은 선택이 아닌 숙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사장의 말처럼 한국의 해외자원개발은 ´숙명´이다. 이 숙명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이 그토록 해외자원개발에 사활을 걸고있다고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숙명을 대하는 자세가 경솔해서는 안 된다. 우리 기업들이 자원빈국의 숙명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 그 숙명을 계기로 훨훨 날 수 있도록 조금 더 신중한 해외자원개발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