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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원외교' 실패 “네 탓"..."말없는 국민만 세금멍에"

강철2 2015. 1. 2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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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기간 정부의 전 행정력이 집중됐던 사업이라고 하면, '4대강'과 해외자원개발을 일컫는 소위 '자원외교'를 꼽는다.

이명박 정부 기간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그야말로, 이명박 정권의 정체성을 대변해주는 프로젝트다. 자전거에 취미를 가진 지인들은 '4대강' 사업을 전국을 자전거 도로로 연결하는 국민생활체육복지 정책쯤으로 알고 있기도 하지만, '자원외교'는 국민이 체감하기 쉽지 않아 국민 관심의 뒷전이었다.

하지만, 최근 "최악의 혈세낭비"란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면서 정쟁의 수면위로 떠올랐다.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3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됐는데, 지금까지 손실규모가 4조원에 육박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순옥 의원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총 80여개의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에 총 31조2천663억 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천문학적인 자원개발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낸 사업은 13건 4천214억원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자원개발 실패사례로 꼽히는 것이 4조 원가량을 투자해 인수했던 캐나다 하베스트(석유), 1조1천억 원을 투자했던 멕시코 볼레오 동광산, 5조4천억 원을 쏟아 부었던 영국 다나(석유) 등이다. 또, 콜롬비아 석유공사와 함께 12억 달러의 돈을 지불해 인수했던 사이바페루 등이다.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인수했지만,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공사 등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결국 다시 매각했거나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야당은 '자원외교'가 총체적 부실로 최악의 혈세 낭비라고 비난하고 있고, 여당과 정부는 자원개발이 당장 성과를 내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 차원에서 성패를 따져야한다고 방어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국정회고록에서 자원외교에 대해 이 같은 시각을 가져야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로서는 자원외교에 힘쓸 수밖에 없다"면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평가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때문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설마, 아니겠지"하며, 통계를 애써 외면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자원외교에 대해서는 사실상 지난해 초 정부가 실패를 자인했다.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자원외교'에 동원됐던 공기업들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줄줄이 심각한 부실화에 빠졌다. 200%대였거나 그보다 낮았던 부채비율이 이명박 정부 기간을 지난 뒤 300%대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위험신호를 보냈던 것이다. 한국가스공사는 2007년 220%대였던 부채비율이 2013년 400%가까이 급증했다.

때문에 지난해 초 박근혜 정부는 공기업 재무개선을 화두로, 수술에 들어갔다. 사실상 '자원외교'의 실패를 선언한 셈이다. 정부의 ‘자원자주개발률’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인수했던 석유개발기업들을 인수가격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에 다시 시장에 내놓았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자원개발 기업 인수에 열을 냈던 때가 엊그제인데,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됐던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재매각 기업에 대한 인수시 금액과 매각 금액에 대한 수치를 모호하게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는 부실에 대한 책임을 공기업 스스로가 자초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재무구조 개선에 대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펼치며, 계획 이행 여부를 평가해 기관장 인사와 기관의 성과급에도 반영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니, 공기업도 입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였던 것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고, 정부가 시킨 일을 두고, 문제가 발생하니 정부는 발을 빼고, 공기업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은 지난해 10월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에 출석해 하베스트 인수 관련, "당시 최경환 지경부(현 경제부총리) 장관에게 말씀드렸다. 특별한 이견은 없었고, 잘 검토해서 해 보라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작년 초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자원개발에 대해 정부가 투자금을 지원했는데, 개별 프로젝트에 대해 정부가 관여하지 않았다. 투자의사결정은 공기업이 한 것이다. 전에 기관장이 한 것일 수 있지만, 현재 기관장이 책임져야한다"고 공기업들의 논리에 면박을 줬다.

'자원외교'는 추진됐는데, 어느 곳도 자신 있게 책임지는 곳이 없었던 셈이다. 당시 이명박 정권에서의 정부가 '자원외교'의 명분과 가치, 양해각서(MOU) 체결에 대해 자화자찬했던 모습 등이 기억에 생생한데도 말이다.

정권이 바뀌고 나니, 손바닥 뒤집듯 표정을 확 바꿨다. 지금 ‘자원외교’ 부실 의혹에 대해 당시 이명박 정권 당시의 청와대, 정부와 공기업은 서로 "내가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며, 폭탄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책임지는 사람은 여전히 없다.

지체장애 가족을 돌보던 꽃다운 청춘이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던지고, 생활고에 시달려 일가족이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현실이 대한민국의 지금 현주소다.

또한, 연초부터 담배 값 인상에다가, 연말정산 대란 등을 보는 국민들은 심정은 복잡하다. 정부의 궁색한 변명은 사실상 '세금인상'이라고 국민들의 시선을 확신으로 만들고 있다. 앞으로 주(酒)세, 주민세, 자동차세 등이 오를 것이란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하루에 몇 만원이 없어 목숨을 끊는데, 천문학적인 정부 예산은 다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대다수의 국민들은 궁금하다.

국회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6일 예비조사를 실시했다. 3월말 청문회도 예정돼 있다. 4월 7일까지 국조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실상을 밝히고, 앞으로 자원개발에 있어 정치적인 입김을 차단하고, 사업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를 주문해본다.

"내 탓"은 없고, 다 "네 탓"인 정부와 정치권이 오늘도 소 처럼 말없이 멍에를 메는 국민,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하루에도 몇 만원이 없어 목숨을 끊는 그런 구체적인 국민을 생각하며, 책임감을 갖고 명확한 사실을 드러냈으면 하고 바란다